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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감자뚱3 작성일19-01-21 13:12 조회1,761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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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 하늘

 

만리장성 부근에서 함께 살던

그들의 기나 긴 전생 이야기는

가을날 오후 목장의 쓰러지는 풀잎 위로

한꺼번에 들이치는 햇살로

올올이 풀어지는 것이었어

고성 목장의 언덕, 행복한 숲그늘 아래

 

대자연의 감출 수 없는 매혹이었기에

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는

주인의 눈빛과 말의 눈빛이

허공에서 천둥 번개를 마구 교환할 때면

우연히 이생에 다시 마주친

주인과 말은 서로에게 정해진

관계를 마득히 잊곤 하였는 데

 

아득하게 잊혀진 세계의 몽환 속으로

아무런 생각없이 막 빨려들어가는 너의

검은 눈동자 가을대기 속으로 푹푹 뿜어내는

너의 더운 입김은 아마도 도시에서는

볼 수 없는 대자연의 숨결이었기에

 

이슬 맺힌 풀잎 사이를 유유히 거닐다가

다시 먼 하늘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

얼마나 아름다운 고향풍경이던가

 

그렇게 춤추는 느릅나무 어린 잎새 사이

툭 튀어나온 엉덩이뼈를 옆으로 불룩거리며

주인인 나를 향하여 말없이 걸어오곤 하였지

 

천막 사이 울려퍼지는 주인집

소년 마두금소리 듣는 양

윤기나는 갈색털은 푸르르 일어서며

다시 찾은 생의 기쁨에 부르르 떠는 것이었어

 

묵언의 꼴을 볼 씰룩거리며 씹곤 하였는데

영락없이 늙은 명상가의 표정이었지

고향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찬란한 아침햇살에

마천루 높은 산정을 떠도는 흰 구름 아래

 

그렇게 다시 한몽직통항로를 통해

강원도 고원지대 고성목장에 실려온 흑색말은

통통하게 살진 뱃구리에 힘이 넘쳐

쳐진 흙빛 살가죽 치렁하게 늘어뜨리며

떠오르는 아침햇덩이를 바라보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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